가끔 엔지니어들과 이야기를 하고, 사람들과 이야기를 주고받다 보면 무의식적으로 기술업계에서 통용되는 기술용어들을 별다른 해설 없이 사용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 스스로도 글을 쓰면서 그러는 경우들이 자주 있었습니다. 무의식적으로 사용자경험이라는 표현 대신 UX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고객의소리 (혹은 사용자의견) 대신 VOC라는 단어를, 작업이라는 단어를 Task라고 표현하는 등... 이외 외래어들은 한국말로 받아적는 대신 아예 영어로 작성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았죠.
조금이나마 아는 사람들은 이게 무슨 문제지? 하고 그냥 넘기는데, 완전히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다른 나라 이야기일 수 있으니까 이런 상황을 조심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번에 진행했던 ONE UI 설문조사에서 문항 중 'VOC는 어땠습니까?' 라는 질문이 있었는데, 누군가가 그걸 보고 VOC가 뭐냐고 물어본 이후로 생각이 좀 많아지더라구요. 이게 머릿속에 생각은 나고, 글을 쓰거나 말을 뱉어야 하는데 무의식적으로 내가 알고 있는 가장 편한 형태의 표현이 튀어나오면서 생기는 일인 것 같습니다. 관련해서 저도 영어표현을 자주 쓴다고 어떤 분께 정중한 질문을 받기도 했구요.
고객들과 회사가 소통하고, 오류리포트를 받기 위해 만든 멤버스만 봐도 이같은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한 고객이 라이브포커스 (삼성 휴대폰에 탑재된 피사계심도 조절 모드) 관련된 질문을 했는데, 기능 담당자님께서 게시판에 답변을 하며 '듀얼포코 파일'을 언급해서 고객이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을 본 적이 있습니다. 라이브포커스 모드로 사진을 찍을 때 와이드, 망원 2개의 카메라가 각각 초점을 잡아 하나의 파일로 두개의 사진이 합쳐지기 때문에, 이렇게 만들어진 결과물을 내부적으로 '듀얼포코 파일'이라고 부르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이걸 오류를 리포트한 소비자들이 알 턱이 없죠. "차기 MR에 포함될 예정입니다." "Abox DMA On/Off 되는것으로 추정합니다." 일반적인 사용자들이 무슨 문제인지, 어떤 내용인지 쉽게 인지할 수 있을까요?
물론 관련 업계 종사하는 사람들끼리 이야기할 때는 자연스럽게 기술용어를 사용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겠지만, 기술을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하는 특정인을 위해 설명할 때는 청자의 입장에서 단어선택에 조금 더 신중하게 노력을 기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그게 고객서비스와 접점이 있다면, 더더욱 신중해야겠지요. 말을 하거나 키보드를 잡는 데 있어 한 번 더 신경을 써야 하니 조금 더 번거로워지겠지만, 그것이 맞는 방향이라고 생각됩니다.
저도 이같은 사실을 자각한 이후로 항상 의식하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아직까지는 생각보다 쉽지 않네요.
멤버스 담당님들께서 개발/기획/검증과 같은 본업 이외에 이렇게 고객소통차원에서 추가적으로 일하는 것을 보면 조금 과한게 아닌가 싶고, 매 번 게시판에서 말도 안되는 게시글들 마주하고 대응하시느라 고생하고 계신 점 충분히 이해하고 또 안타깝지만, 고객들이 조금만 더 이해하기 쉽도록 답변해주신다면 좋을 것 같아요.
반대로, 유저님들께서도 반대편에서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는 각 기능 담당자들을 배려하고, 감정은 자제하며 성숙한 모습을 보여야겠지요...
한국은 월요일이네요. 힘찬 한 주 보내시길 바라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항상 더 나은 갤럭시를 위해 노력하고 계시는 수많은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P.S : 가끔 답변하시는분들이 단순 서비스센터아니냐는 분들이 있었는데, 가끔 지켜보면 같은 공돌이로써 말 안해도 알 것 같은 순간들이 있네요...
P.S.2 : 가끔 멤버스를 보면 '당 사'라는 표현을 사용하시는 유저님들이 계시는데, 회사 밖 사람들이 사측을 지칭할 때는 당 사 라는 표현을 쓰지는 않습니다. 보통은 내부에서 회사를 지칭하는 입장에서 당사라는 표현을 씁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