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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쓸한 광복절

(게시글 작성 시간: 08-15-2022 12:12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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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일입니다. 동네 뒷산으로 나있는 산책로를 돌아 아내와 함께 산책을 하다 보니 우리 집에서 가까운 산 아랫 동네 농촌마을에 집집마다 태극기가 휘날리고 있는게 보였습니다. 평소 산책길에 살펴본 결과 해당 마을에는 주로 나이 많은 어르신들이 살고 계셨는데, 혹시 깜박할까 봐 미리 태극기를 달아놓으신 모양이었습니다.
'아, 내일이 광복절이었지' 하는 생각을 하며 우리도 깜박하기 전에 집에 가면 태극기부터 달아야겠단 생각을 하며 돌아왔습니다. 오다가 동네 슈퍼에 들러 저녁에 먹을 이런저런 먹거리들을 사 박스 하나 가득 담은 뒤 낑낑대며 돌아왔는데, 집에 가면 태극기부터 달아야지 하는 생각은 그만 잊고 말았습니다.
아침에 창문을 열며 밖을 내다보니 우리 동 아파트에 태극기를 단 집들이 여럿 보였습니다. 그제서야 어제 일을 기억해 낸 우리 가족은 부랴부랴 태극기부터 찾아 베란다 창틀 국기 게양대에 잘 내걸었습니다. 태극기가 바람에 펄럭이는 모습을 보니 뭔가 가슴이 뿌듯했습니다.
그런데 부엌 쪽에 볼 일이 있어 가다 보니 열린 창문 틈 사이로 뒷동 아파트에 홀로 외롭게 나부끼는 태극기 하나가 보였습니다. '설마 저 한 집만 달았을리가 있나?' 하는 생각에 창문 틈으로 고개를 내밀어 뒷동 전체를 슥 스캔해 봤는데, 정말 그 집에만 홀로 태극기가 외롭게 나부끼고 있었습니다. '아, 쓸쓸한 태극기, 쓸쓸한 광복절...'
어린 시절 광복절 같은 국경일이 다가오면 '태극기가 바람에 펄럭입니다. 하늘 높이 아름답게 펄럭입니다' 하는 노래를 즐겨부르곤 했던 기억이 납니다. '라때' 얘기라 자칫 꼰대 소리를 들을까 겁이 나긴 합니다만, 그땐 광복절이면 집집마다 경쟁적으로 태극기를 내걸었었습니다. 태극기를 안 달면 누가 잡아가는 줄 알 정도였습니다.
학교에서도 담임선생님들이 종례 인사를 할 때 "광복절에 태극기 다는 거 절대 잊지 마세요" 하고 신신당부를 하곤 했습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했는데, 우리 역사의 큰 분기점이자 전환점이 됐던 광복절이 점점 잊혀져 가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광복절은 그냥 하루 쉬는 '빨간날'이 아니라 독랄했던 일본제국주의의 마수로부터 우리나라가 해방돼 독립을 이룬 소중한 기념일임을 되새기는 하루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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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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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아파트도 태극기는 5집 밖에 안달았어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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