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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8-2024 05:54 AM - 편집 01-18-2024 06:00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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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 에코시스템을 최대한 활용하고자 했고, 팬심이 열심히 구매욕에 부채질을 해대는 바람에 맥북이 아닌 갤북을 선택했고, 갤캠스를 통해 Ultra5, 16인치 모델을 구입했습니다. 한 일주일 정도 쓴 것 같은데, 그 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제게 다음 노트북도 갤북을 살거냐고 묻는다면 손사래를 치며 부정할 것 같습니다.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혹, 구매 고려중이신 분들은 이 포인트들 감수 가능한지 꼭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1. 버법ㅂ버버버버버ㅓㅓ버버버벅
정말이지 미친듯이 버벅거립니다. 리소스 사용량도 메모리를 제외하면 50%를 넘기지 않았음에도 불구, 고장나서 버리기 일보직전인 노트북마냥 버벅거리더군요. 뭔가 대단한 작업을 했던 것도 아닙니다. 크롬으로 유튜브 영상 재생하고 그 위에 삼성노트를 켜 타이핑을 했는데, 300만년 된 블루투스 키보드로 집 밖에서 타이핑하는 수준의 딜레이가 생기더군요. 백그라운드에 뭔가 더 켜져있던게 문제라기엔 CPU, GPU 사용량 전부 20% 밑이었고, 메모리 역시 80%대에서 놀고 있었습니다. 온라인 상담을 통해 여러번 해결을 시도했으나, 그 순간 뿐이었고 증상이 전혀 호전 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혹시 모르죠, 제가 QC에 실패한 결과물을 받아버린 걸지도요. 뭐만하면 이륙하려는 걸 보니 불량품이 맞는 것 같기도 합니다.
2. 누구 잘못인지 모를 불편함
이건 삼성 입장에선 억울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이 역시 갤북의 결점이니 얘기해보겠습니다.
언제는 한 번 작업표시줄을 숨기고 더 넓은 화면으로 쓰고자 설정에서 작업표시줄을 숨기는 옵션을 활성화 했었습니다. 제가 '숨기다'의 뜻을 잘못 알았던걸까요? 지 맘대로 행동하며 들어가야 할 땐 들어가지도 않고, 화면 아래로 마우스를 가져다대도 나올 생각을 안 하던 작업표시줄이 아직도 기억이 납니다. 그렇게 정신을 잃을뻔한 저는 당장 그 옵션을 끄고 코파일럿에게 욕을 한 번 해준 뒤, 맥북을 찾아 모험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농담조로 쓰긴 했습니다만, 200 가까이 되는 노트북이 이런 기본적인 기능에서부터 버그 투성이에 사용성도 개판인건, 비단 마소와 윈도우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위에서 언급한 작업표시줄 외에도 한번에 작동하는 꼴을 본 적이 없는 설정의 검색창, 50%의 확률로 다운로드를 거부하는 스토어, 바탕화면에서 시작 돼 뭔 프로그램을 열던 사라지지 않는 행운의 우클릭 메뉴 등 수많은 문제를 봤고, 하나하나 속을 긁어댔습니다.
3. 이건 삼성 과실 100%
제가 갤북을 쓰고있는걸까요, 아니면 레노버같은 타사 노트북에 삼성 앱 몇 개 깔아다 쓰고있는걸까요? 정말 모르갰습니다. 사용자로 하여금 뭘 열어야할지 모르게 만드는 두 개의 설정앱을 보고있자면, 마음이 심란해집니다. 윈도우 특유의 구린폰트를 등에 업고, 안드로이드 버전의 동명의 앱과는 한참 떨어져있는 퀄리티를 보여주는 전용 앱은 시간 남는 갤럭시 팬이 대충 만든 프로그램을 보는 듯 합니다. 같은 'Samsung'으로 시작하는 앱임에도 전부 다르게 표시되는 작업표시줄 우클릭 메뉴, 안드로이드 버전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자연스러움, 구색맞추기에 불과한 OneUI향이 첨가된 모자란 앱들까지 모두 조화롭게 어우러져 아이덴티티 붕괴라는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그 버벅거리고 끊겨보이던 안드로이드 버전의 OneUI가 선녀로 보이다니, 세상 오래살고 볼 일입니다. '없는것보단 낫지'라는 생각이 드는 시점에서 이미 글러먹은게 아닐까요.
4. 갤럭시 에코시스템
삼성이 말하는 생태계는 애플과는 많이 다른가봅니다. 애플은 유기적으로 돌아가는 무언가를 구축했고, 삼성은... 글쎄요, 뭘까요? 먹이사슬을 표방한건가?
때는 제가 제품을 막 받아들고 초기 세팅을 하려 와이파이를 연결하려 했던 시점으로 거슬러갑니다. 이왕 갤북을 산거 퀵쉐어를 써보자라는 생각이 들어 폰 설정의 와이파이 공유 기능을 사용했고, 컴퓨터를 선택해 전송까지는 성공했습니다. 네, 전송까지는 성공입니다. 그럼 와이파이가 연결됐을까요? 설마요. 제 컴퓨터에 전송된 것은 QR코드 이미지 한 장이 전부였습니다. 분명 전 와이파이 공유 기능을 사용했습니다. 그럼 갤북에서도 와이파이에 연결되는게 상식 아닌가요? 어째서 사진 한 장만 달랑 넘어가고 말아버리는거죠? 심지어 삼성 갤러리앱은 그걸 인식조차 하지 못하더군요. 혹시나 제가 못 찾은걸지도 모르죠. 제발 제가 못 찾은 것이길 바랍니다. 꽁꽁 숨겨두고 있다고 하는 것도 문제긴 하지만 아무튼 없는 것보단 낫지 않겠습니까. 이게 삼성이 자랑하던 그 에코시스템인가요? 와이파이 하나 공유 못 해서 쩔쩔매게 만드는 이게? 이 뿐만 아닙니다. CMC기능은 여전히 매끄럽지 못했고, 통화품질은 개나 줘버린듯 했습니다. 메시지앱은 '휴대폰과 연결'앱과 중복됐고, 클립보드 공유는 한 박자씩 늦었으며 그마저도 낮은 해상도로 복사됩니다. 멀티컨트롤은 지 멋대로 UI를 표시하며 휴대폰과 태블릿을 깨워댔고, 갤러리는 OneDrive연결이 해제되었다며 열심히 징징거리는군요. 서로 못 잡아먹어 안달인 이게 삼성이 말한 '생태계'라면... 진지하게 탈출을 고민해볼 때인 것 같습니다.
저는 폰, 워치, 버즈, 태블릿 모두를 갤럭시 제품으로 맞춰쓰는 유저입니다. 그렇기에 제게 있어 마지막 퍼즐 조각이었던 이번 노트북에 기대를 많이 했고, 설레는 마음으로 제품을 구매했습니다. 그런데 이건 뭔가요. 200가까이 하는 기계가 맞는지 의심스러워지는 수준의 퀄리티가 그 대답인가요?
디스플레이? 말도 안 되게 좋습니다. 하드웨어 퀄리티? 말해 뭐합니까. 정말 잘 뽑혔습니다. 디자인? 하단베젤이 좀 아쉽지만 이만하면 어디 내놔도 자랑스러운 수준입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입니다.
이건 제가 알던 삼성 제품이 아닙니다. 조금은 모자라도 돈 값은 충실히 한다는 느낌을 주던 그런 제품이 절대 아니라구요. 할인 없이 제 값을 주고 사겠다면 필사적으로 말릴거고, 할인 받고 사겠다는 사람이 있어도 다시 생각해보라 말 하게 만드는 수준입니다.
맥북정도의 수준을 바라는게 아닙니다. 그들은 모든걸 스스로 만드니까요. 부품 끌어다 쓰고 OS끌어다 쓰는 삼성과는 상황이 많이 다르겠죠. 그러면요? 그게 핑곗거리가 될 수 있을까요? 한계가 명확한 브랜드의 노트북을 소비자가 사고싶어 할까요?
제발 삼성 노트북이 나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이대로면 정이 떨어져 나갈 것 같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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