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애플 생태계로 넘어갔다가, 국내 환경에서 안드로이드의 편의성과 갤럭시 에코시스템의 개선 소식을 믿고 이번에 모든 기기를 삼성으로 교체했습니다. 그러나 약 한 달간 갤럭시 기기들을 사용해 본 결과, 기대했던 만족감보다 실망감이 훨씬 큽니다. 과거 갤럭시에서 애플로 넘어간 사용자들이 흔히 겪었던 "아니 이게 안 돼?"라는 반응을 저 역시 이번에 갤럭시로 돌아와 경험하고 있습니다.
물론, 갤럭시 기기가 제공하는 기능의 다양성과 커스터마이징 자유도는 애플을 압도합니다. 삼성페이의 독보적인 편의성, 개방된 NFC, 자동 통화 녹음, 그리고 훌륭한 AI 기능까지, 개별적인 편의 기능 측면에서는 갤럭시가 애플에 비해 여전히 앞서 있습니다.
하지만, 종합적인 사용자 경험(UI/UX)의 완성도는 애플 생태계가 삼성을 아득히 앞선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습니다. 애플은 제한된 기능만을 제공하는 대신, 그 기능들의 완성도를 극도로 높이는 전략을 취합니다. 최근 iOS, iPadOS, macOS 업데이트 과정에서 UI 변경과 기능 오류가 일부 발생하고 있지만, 전반적인 완성도는 여전히 높습니다.
이러한 기능의 완성도는 사용자를 세심히 배려하는 디테일, 즉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애플의 '감성'에서 나옵니다. 다음은 애플 생태계에서 체감되는 높은 완성도의 구체적인 예시들입니다.
* 자연스러운 모션: 앱 실행 및 종료, 화면 전환 등의 각종 모션이 자연 세계의 물리법칙을 모방하여 '자연스러움'이 녹아 있습니다. * 사용자 의도 보정: 사용자의 이용 특성을 정확히 분석하여 터치 및 드래그 시 발생할 수 있는 사소한 실수를 적절히 보정함으로써, 사용자가 신경 쓰지 않아도 의도대로 작동합니다. * 태블릿 필기 경험: 태블릿에서 가장 두드러지는데, 애플은 팜 리젝션(Palm Rejection)을 정확히 인식하여 손바닥을 화면에 올려놓고 필기하는 중에도 손가락으로 화면 컨트롤이 원활하게 이루어집니다. 놀랍게도 갤럭시 탭에서는 이러한 섬세한 기능을 제공하지 않습니다.
반면, 갤럭시 기기는 이러한 디테일 측면에서 미흡한 모습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이하에서 언급하는 문제점들은 갤럭시 생태계 전반에서 발견되는 수많은 디테일 부족 현상 중 몇 가지 예시에 불과합니다.
* 파일 관리의 비직관성: PC 환경에서 수십 년간 당연했던 '파일 앱' 내에서 파일을 눌러 드래그하여 이동하거나 복사하는 '드래그 앤 드롭' 기능이 One UI에서는 불가능합니다. 파일을 꾹 눌러 하단 메뉴를 통해서만 '이동'이나 '복사'를 할 수 있어 직관성이 떨어집니다. * 태블릿 필기의 불편함: 상술했듯, 태블릿 크기상 필기 시 손바닥을 화면에 얹을 수밖에 없는데, 이 경우 S펜이 아닌 손가락으로는 화면 스크롤 자체가 불가능해 사용자를 불편하게 합니다. * 지문인식 UX 오류: 잠금 화면에서 지문 인식 센서 위치를 조금만 벗어나 꾹 누르면 지문 인식 대신 '잠금화면 편집' 기능이 작동합니다. 물론 설정에서 이 기능을 끌 수는 있으나, 두꺼운 강화유리 필름 사용자가 많은 현실을 고려할 때, 지문 인식 영역과 겹칠 때는 편집 기능이 실행되지 않도록 하는 등의 UX 배려가 아쉽습니다.
'기기 간 연결' 기능에서도 디테일 부족은 자주 목격됩니다.
* 불완전한 전화/문자 공유: "다른 기기에서도 전화/문자하기" 기능의 경우, 듀얼 유심 사용자가 휴대폰이 데이터(LTE/5G)에만 연결되어 있을 때, 전화/문자용 유심으로 수신되는 통화나 문자는 다른 기기에서 이어 받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애플 기기에서는 전혀 문제가 없는 부분이며, 삼성의 기술력을 고려하면 충분히 구현 가능함에도 사용자 시나리오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설계로 보입니다. * 모드 및 루틴 연동 부재: '모드 및 루틴'의 '모드' 연동이 휴대폰과 태블릿 간에 전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기기별로 모드를 다르게 설정하고 싶은 수요도 있겠지만, 동일하게 가져가고 싶은 사용자를 위해 연동 기능 자체를 아예 제공하지 않는 점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PC 연동 역시 OS 종류와 제조사의 한계는 인정하더라도, 여전히 매끄러운 연동이 보장되지 않습니다. 연결 오류가 잦고, 파편화된 앱 구조 때문에 PC에서의 메모리 점유율이 높아 성능에 지장을 줄 정도입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윈도우 앱들의 낮은 완성도입니다.
* 삼성 패스 확장 프로그램의 심각한 오류: 특히 삼성 패스는 정상적으로 로그인했음에도 동기화 오류가 자주 발생하며, 엣지나 크롬의 삼성 패스 확장 프로그램은 제대로 작동하는 경우가 매우 적습니다. 이 프로그램의 핵심 기능인 로그인 창 자동완성 기능이 작동하지 않을 뿐더러, 인식되지 않을 때 확장 프로그램 메뉴에서 해당 사이트의 ID/PW를 자동으로 띄워주는 기능도 제공하지 않고 그저 삼성 패스 앱으로 연결하는 링크만 표시됩니다. * 경쟁사와의 비교: 심지어 아예 다른 OS 기반인 iCloud 암호 자동 완성 확장 프로그램이 엣지와 크롬에서 생각 이상으로 잘 작동합니다. 삼성 패스에 저장된 암호를 관리하는 것보다 iCloud 자동 완성을 사용하는 것이 더 나을 정도입니다. 삼성과 MS가 '긴밀한 협력'을 공식적으로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의문이 드는 지점입니다.
삼성 개발진의 기술적 역량이 부족하다고는 결코 생각하지 않습니다. 삼성의 개발자들은 최고 수준이며, 삼성페이, 통화 녹음 등 갤럭시의 핵심 편의 서비스 완성도는 훌륭합니다. 문제는 개발 역량보다, 서비스와 UI를 기획하는 인원에 있어 보입니다.
사용자 개개인이 무엇에서 만족감을 느끼고, 무엇에서 짜증을 느끼는지, 무엇에 불만인지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려, 만약 국내 인프라가 완전히 깔려 애플 페이 사용에 문제가 없어지고, 애플이 NFC 개방과 통화 녹음 자동화 기능만 도입한다면, 현시점의 갤럭시 기기를 쓸 이유가 거의 사라질 정도입니다.
삼성 DX사업부는 경쟁업체인 애플과 그 소비자들에 대한 분석을 더 면밀히 수행하고, 이를 자사 서비스에 적극적으로 반영해 주시길 바랍니다. 누군가는 사소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러한 자잘자잘한 디테일 부족은 생각보다 소비자 불만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삼성페이나 통화 녹음 같은 굵직한 서비스는 사용자가 적응하거나 포기할 수 있지만, 이러한 디테일 결함은 필수적인 기능에서의 부족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이를 회피할 수도 없어 불만이 더 쉽게 누적됩니다.
현재 애플은 애플 인텔리전스(AI)의 출시 지연과 아이폰 17 시리즈 디자인 논란, UI 오류 등으로 사용자 불만이 조금씩 누적되는 취약점을 드러낸 상태입니다. 삼성은 이 기회를 놓치지 말고, 자사의 강점(편의 기능)을 더욱 강화하고, 애플의 강점(UX 디테일)을 빠르게 흡수하여 그 틈을 적극적으로 노려야 합니다.
저는 지속적으로 삼성 기기를 사용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근본적인 UX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5년 뒤에도 제가 갤럭시 기기를 쓰고 있을지는 다소 의문입니다. 삼성 사업부에서 이 문제점을 적극적으로 인지하고 개선해 주시기를 강력히 촉구합니다.
동기화 관련 문제의 경우, 문제 발생 직후 아래의 경로를 통해 문의를 보내주시면 상세 분석 후 안내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크롬/엣지 자동 입력 팝업이 동작하지 않는 경우, 문제되는 사이트 명을 아래 문의하기를 통해 함께 보내주시면 추가로 분석 후 안내해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문의하기 및 로그 보내기> - PC에서 Samsung Pass > 더보기(오른쪽 상단 점세개) > 문의하기 > 탐색기폴더에 나오는 zip파일(로그파일)을 첨부하여 문제현상과 함께 이메일 전송
